응원 사라진 시험장…"끝나면 맛집 가자" 포옹

입력 2021-11-18 17:03   수정 2021-11-19 00:36

“떨지 말고 평소처럼만 해. 시험 끝나면 좋아하는 멕시코 요리 먹으러 가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8일 오전 7시 서울 정동 이화여고 앞. 한 어머니가 교문 앞에서 긴장한 얼굴을 한 고3 딸을 조용히 껴안았다. 아버지와 동생 2명까지 온 가족이 나와 시험장으로 향하는 큰딸을 응원했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수능이 치러진 이날 시험장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 당일 교문 앞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처럼 후배들의 열띤 응원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수험생을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이 고사장을 따뜻하게 했다.

아침 날씨는 영상 10도를 웃돌아 예년보다 포근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대부분 롱패딩 등 두꺼운 옷차림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추울지 모른다”며 담요를 들려 보내는 학부모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어머니는 교문에 손바닥을 댄 채 기도하듯 1분가량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서울 개포동 개포고에서 입실하는 딸의 뒷모습을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찍던 아버지 김모씨(49)는 “딸이 재수생이라 2년 연속 시험장에 응원하러 왔다”며 “작년에는 수능이 12월이라 너무 추웠는데 올해는 따뜻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최유진 씨(20)는 “친구에게 기운을 전해주고 싶어서 호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왔다”며 “친구가 도시락으로 유부초밥만 싸왔는데 탐구과목 시험을 볼 때쯤 배가 고파질 것 같아 간식을 전해줬다”고 했다.

시험장 입실 마감시간인 8시10분이 가까워지자 수험생을 태운 경찰차들이 도착했다. 서울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에서는 8시5분께 경찰차를 타고 온 여학생 한 명이 급히 내려 교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개포고에서는 교문이 닫히는 8시10분, 한 어머니가 달려와 경비원에게 자녀의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2학년 5반 교실!”이라고 외치며 도시락을 건넸다.

이날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9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수험생 50만9821명이 수능에 지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96명과 자가격리자 128명 등은 따로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최예린/장강호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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